농산물 등급 선별 검사
농업인의 입장에서 농산물 시장과 농업인의 처지를 살펴봅니다.첫째, 농업인은 시장조건의 변동에 대처하는 생산계획을 정확하게 조정할 수 없습니다.농업인은 시장의 조건을 알지 못하므로 시장이 요구하는 물품의 양을 알 수가 없기에 때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는 현상이 일어나고 때로는 공급이 넘치기도 하는데, 그로 인한 손해가 막심합니다.둘째, 농업인들은 가격결정자가 아니라 가격 순응자의 입장이므로 생산량 조절을 통해서 자신들의 농산물 가격을 조정하기 어렵습니다.농산물은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공산품은 특허를 내서 자사만 제조하는 물품에 대해선 물품 수량을 줄여서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쓸 수가 있지만 농산물을 갖고서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재배되는 양이 워낙 방대하고 또한 경쟁력을 가지고 버틸 수 있는 부분들이 미약한 것입니다. 그리고 농산물은 보관 기간이 길지 못한 것도 큰 약점이 됩니다.셋째, 농산물 상인에 비해 농민의 거래교섭력은 매우 취약합니다. 상인은 자신의 거래처 등을 통해 납품할 곳이 많습니다.또한 자신이 원하는 물량을 채우기에 별로 힘을 들이지 않으나 농민의 경우 농산물은 그 보관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조급함이 앞설 수밖에 없으며 그리하여 거래함에 있어서 약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소비지와 생산지가 있을 때 생산량이 많다면 생산자는 소비자 쪽으로 갈수록(단계적으로) 약자의 위치가 된다는 원리입니다.만약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적다면 반대의 개념이 되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농산물 생산과 공급이 많습니다.이러한 조건에서 농업인이 농산물을 가지고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 더 유리한 거래 조건을 성취하려면 시장의 요구와 흐름에 맞추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러면 시장의 요구, 즉 소비자의 희망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에 맞추는 것이 시장교섭의 요점이 되는 것입니다.그리고 시장에서 농업인이 농산물을 효과적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첫째, 작목 선정과 생산조정입니다.농산물의 가격은 생산량에 아주 큰 영향을 받으므로 가능한 한 수요량은 많으며 생산량은 적은 그런 작목을 선정하여야 합니다.둘째, 고품질 안전 농산물 생산입니다.외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에 비해 우리나라의 농산물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상당히 밀리므로 품질로 맞서 싸워야 합니다. 외국산 농산물은 대부분 유통기간이 길기 때문에 변질을 막기 위해 각종 유해한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우리는 무농약 재배나 친환경적인 농산물로 경쟁하여야 할 것입니다.셋째, 선별과 포장개선입니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듯 선별 규격의 확실화와 포장의 개선은 경쟁력의 필수조건입니다.넷째, 상표개발과 판매촉진입니다.이제는 농산물도 브랜드 시대이므로 자기만의 특정 상품과 장점을 찾아내어 홍보하여야 합니다.다섯째, 판매처와 판매 방식의 선택입니다.판매 형태가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유통단계가 짧을수록 생산자의 판매 가격은 높아지고 소비자의 구입 가격은 낮아지는 점, 생산자의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판로를 선택하는 일이 중요합니다.이러한 점 때문에 즉 소비자에게 선택받고 소비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선별과 포장은 엄격하고 수준이 높아야 하며, 이것은 농산물 시장의 구조상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농산물 직거래
농산물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게 되면 중간 유통단계가 모두 생략되므로 5~6단계인 유통단계를 1단계로 줄이게 되어 유통비용이나 유통마진이 최소화하게 됩니다. 또 그 중간에서 각 단계마다 발생하던 각종 문제인 모관, 저장, 운송, 상하차,금융비용, 시간과 장소 문제, 품질 저하 , 감모 등의 문제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그래서 한때 농산물 유통개선을 추진하면서 농산물 직거개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전국적인 바람을 일으킨 일도 있었습니다.그렇지만 농산물 직거래 방식에도 문제와 한계가 있습니다.첫째는 모든 농업인이 농산물 판매에 나서서 도시의 소비자를 찾아가 자신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점입니다.모든 생산자와 모든 소지가가 각각 거래를 하기 위해 나선다면 거래 1건으로만 보면 유통단계의 생략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농산물의 판매와 유통 능률이 기존의 유통시스템을 통한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과 낭비를 발생시키는 결과가 됩니다.둘째는 직거래가 적당하지 않은 품목도 아주 많습니다.예컨대 쌀의 경우 수백만 농가에서 생산되어 도정공장에 모였다가 가공 처리되어 소비지로 옮겨진 다음 개별 소비자에게 분산되는 경로를 거치는데 이것을 직거래로 할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의 혼란과 비능률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고 농업인 대부분이 1년 내내 쌀의 판매 처리에 매달려야 하고 소비자 역시 쌀을 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 양파나 마늘/생강처럼 1년에 한 번 생산되지만 연중 소비하여야 하는 농산물은 각 농가가 저온저장고를 마련하여 관리하여야 할 것이고, 소비자는 품질과 가격이 들쭉날쭉한 농산물을 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는 사태가 일어날 것입니다.세 번째, 농산물의 수송 단위가 택배물품 수준으로 너무나 소분화되어 대량거래, 대량수송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잃어버리고 수송과 보관비용의 천문학적 증가를 유발하게 될 것입니다.이는 유통비용의 절감을 위한 직거래 운동이 반대로 유통비용의 폭증을 가져오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네 번째,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고 발견되지만 직거래 체제에서는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가격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매우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로서 이에 대한 해답이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다섯째, 시장에 대한 통제나 정보교류의 문제입니다.종래의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정보가 가격과 판매량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산자에게 전달되어 생산에 반영되었지만, 직거래 체제는 시장의 왜곡이나 정보의 단절 현상으로 소비자 정보의 파약과 판단이 어렵게 됩니다.그렇다고 정부나 농협이 직거래 센터나 직거래 정보센터를 운영하더라도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정부에서 민간 시장 업무를 맡거나 통제하는 일 자체가 위헌적 발상이고, 관료의 업무처리 관행이 시장 경제의 순환과 도저히 맞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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